[이차주목] 세단은 그만! 굿바이 말리부, 헬로우 볼트

든든했던 말리부,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중형 세단은 SUV 붐이 일어나기 전 국내에서 가장 치열하고 주목받았던 세그먼트가 아닐까 싶어요.특히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현대 ‘쏘나타’, 기아 ‘K5’, 르노삼성 ‘SM6’ 그리고 쉐보레 ‘말리부’가 벌이는 각축전에 대해 자주 조명되곤 했는데요.하지만 현재 중형 세단은 그 인기가 급감하는 상황으로 내몰렸고, 가장 먼저 백기를 든 건 오늘의 주인공 말리부인데요.차차 완전정복에서는 아쉬운 마음을 가득 담아, 기본기 탄탄한 이 말리부의 탄생과 단종에 대해 알아볼게요. 쉐보레 말리부는 원래 등급이었다?쉐보레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이자 중형 세단인 쉐보레 ‘말리부(Malibu)’는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진 차종이에요.쉐보레 역사에서 말리부라는 이름은 무려 현대자동차가 설립되기도 전인 1964년에 최초로 등장했어요.무려 60년이라는 역사를 갖고 있는 유서 깊은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본래 말리부는 쉐보레의 독립적인 차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트림으로서 처음 사용됐어요.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쉐보레의 후륜구동 중형 자동차로 활약한 ‘셰빌(Chevelle)’의 트림명으로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죠.셰빌은 최초 출시 당시 세단 형태를 시작으로 세대를 거치며 2도어 쿠페, 컨버터블, 왜건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 모델이었다고 해요.그리고 여기서 말리부는 셰빌의 한 등급, 즉 트림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이죠.셰빌이 처음 출시된 당시 말리부 트림은 최상위 모델을 맡았어요.말리부라는 어원 자체가 당시 캘리포니아주의 고급 휴양 도시 이름을 그대로 따온 만큼, 가족들을 위한 고급 트림의 이름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인 것이었죠.이후로도 말리부는 셰빌의 하나의 트림으로서 2세대 그리고 3세대까지 지속적으로 사용되면서 북미시장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쌓게 되었는데요.이에 셰빌이 단종되고 1년 뒤인 1978년, 말리부는 쉐보레의 중형 세단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됐어요.다만 4세대 모델은 석유 파동의 여파로 엔진 배기량과 차체 크기가 셰빌 대비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특징이 있어요.이 때문인지 4세대 모델의 판매량은 저조했다고 하는데요.말리부는 단독 모델로 야심차게 등장했으나 결국 출시 후 약 5년 뒤인 1983년 후속 모델 없이 그대로 단종되는 비운의 결말을 맞이하게 됐죠.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말리부는 전륜구동 기반의 중형 세단으로 1997년 부활한 모델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요.오늘날의 말리부는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쉐보레가 판매한 전륜구동 준중형 세단 ‘코르시카(Corsica)’의 후속 모델로, 그 크기를 중형급으로 키워 탄생됐어요. 어떻게 보면 약 15년 만에 부활하게 된 건데요.시대가 시대인 만큼 5세대 모델은 이전 세대에서 보여줬던 각진 형태에 고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형태에서 벗어나 유려한 디자인과 2리터, 3리터급 사이의 엔진을 탑재하는 등 오늘날 중형 세단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죠.즉 2000년대가 되어서야 현재 우리가 아는 쉐보레 말리부의 형상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부활한 말리부, 세계를 달리다현대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한 말리부는 2000년대 초반 북미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어요.앞서 설명한 5세대는 미국의 한 자동차 전문 매체에서 ‘올해의 차(Car of the Year)’로도 선정되는 등 말리부는 조금씩 시장에서 호평을 받기 시작하며 점점 더 높은 판매량을 보여줬어요.이어서 2004년에 완전변경을 거친 6세대는 왜건 모델과 고성능 모델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죠.그 이후 2008년 출시한 7세대는 말 그대로 대박을 터트리며 21세기 들어 다시 한번 말리부를 전성기에 올려놓게 돼요.2008년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된 7세대 말리부는 이전부터 패밀리 세단을 주름잡고 있던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대비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여러 자동차 매체로부터 여러 상을 휩쓸고 다닌 것으로 유명했어요.이전 세대와는 또 다르게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링으로 재탄생 된 말리부는 설계 단계부터 일본 중형 세단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상품성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요.이에 출시되자마자 한 해에 약 20만 대가 판매되는 등 시장의 반응 또한 즉각적이었다고 하죠.덕분에 8세대부터는 북미 시장을 넘어 쉐보레의 글로벌 시장을 책임지는 모델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한국에서 말리부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예요.우리가 아는 말리부는 바로 이 8세대부터 시작해요. 원래 한국GM은 중형 세단으로 토스카를 판매하고 있었는데요.2011년부터 쉐보레 브랜드가 도입되면서 자연스럽게 말리부가 소개됐죠.8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휠베이스가 무려 100mm 이상 줄어들었으나 그렇다고 동급 대비 작았던 것은 아니고, 당시 판매되던 국산 중형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었어요.어떻게 보자면 이전 7세대가 상당히 거대했던 거죠.이처럼 크기가 작아진 8세대지만 전 세대 대비 높은 강성으로 여러 기관의 충돌 테스트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았어요. 실제로 한국에서 말리부는 안전을 강조한 마케팅이 유명했는데요.출시 초기 쇠공으로 측면을 강타하거나 차량 지붕에 대형 컨테이너를 4개를 얹는 기행을 보여주기도 했어요.실제로 2016년 말리부는 KNCAP 올해의 안전한 차로 선정되는 등 한국에서 튼튼하고 안전한 이미지가 부각됐던 것이 떠오르네요.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말리부의 현재 모습, 9세대 모델은 2015년 뉴욕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는데요.한국 시장의 경우 이듬해인 2016년 4월 고척 스카이돔에서 신차 발표 행사를 가졌어요.9세대 말리부는 이전 세대 대비 크기가 대폭 커져 당시 국산 동급 차종 대비 가장 큰 크기를 갖춘 것으로도 유명했죠.여기에 더하여 낮고 넓은 디자인으로 단단하고 강인한 인상이 강조됐으며 쉐보레 특유의 듀얼 포트 그릴로 마무리된 느낌이었어요.9세대 말리부의 구체적인 제원을 살펴보자면 전장 4,925mm, 전폭 1,855mm, 전고 1,470mm, 휠베이스 2,830mm로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 HG 수준의 넓은 크기를 자랑했어요.확실히 동급 차종 대비 크다는 느낌이 있었죠. 최초 출시 당시 파워트레인은 1.5 터보 가솔린, 2.0 터보 가솔린, 1.8 하이브리드 등 총 세 가지로 구성됐는데요.그중 2.0 터보 모델은 쉐보레 특유의 단단한 하체에 더해 고출력 엔진이 탑재돼 자동차 전문 매체로부터 호평 받는 등 최초 출시 당시 시장에서의 평가는 훌륭했다고 전해져요.9세대 말리부의 최초 출시 시점으로부터 3년 뒤인 2018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됐어요.동년 11월 한국에도 정식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전면부 범퍼, 듀얼 포트 그릴 등의 디자인을 다듬어 좀 더 역동적인 분위기가 강조됐어요.여기에 기존 1.5 터보 가솔린 모델은 1.3 터보 가솔린으로 다운사이징 됐으며 1.6 디젤 엔진이 새롭게 추가되는 등의 변화가 있었죠.특히 1.3 터보 모델의 경우 한국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3기통 중형 세단이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었던 기억이 있어요.9세대 말리부는 출시 초창기 사전계약 1만 대를 넘어서는 등 돌풍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SUV 인기에 따른 중형 세단의 선호도 감소로 위기를 겪게 돼요.아울러 경쟁 차종 대비 가지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실내 및 편의사항과 같은 부분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아 결과적으로는 판매량이 저조해졌고, 마침내 2023년 국내 판매를 종료하기에 이르렀죠.쉐보레의 대표 모델, 말리부 중고 매물 보러가기 > 볼트와 바통 터치! 후속작은...?최근 자동차 전문 매체 등의 보도에 따르면 GM은 오는 11월 말리부의 생산을 최종적으로 종료할 예정이에요.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60년 동안 이어져온 쉐보레 대표 중형 세단의 계보가 끊기게 되는 셈이죠.그동안 후속 모델에 대한 루머도 계속해서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후속작 없는 완전한 단종이 아닐까 싶어요.9세대 말리부를 생산했던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의 GM 페어팩스 공장에서는 말리부 단산 직후 시설 재정비에 돌입한다고 하는데요.2025년부터 차세대 볼트 EV와 캐딜락 XT4를 생산할 계획으로 쉐보레는 미국 시장에서 세단과 완전히 이별하게 되는 셈이에요.볼트 EV 모델 보러가기 >앞으로 쉐보레는 세단이 아닌 SUV에 집중하는 전문 기업으로 거듭날 예정이에요.이미 한국시장의 경우 쉐보레의 엔트리급 모델은 소형 SUV,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맡고 있는 상황이죠. 전기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기존 1세대 볼트가 해치백 모델과 SUV 모델 등 두 가지 형태로 판매됐다면, 앞으로 출시될 2세대는 SUV 형태에 더 가까운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말리부, 임팔라 등으로 미국의 자동차 문화를 선도했던 쉐보레가 조용히 모든 세단을 단종시켜 버린 건 아쉬우면서도 그 다음의 행보가 기대되는 일인 것 같아요.트랙스 크로스오버 모델 보러가기 >글로벌 시장에서는 60여 년의 유구한 역사가, 한국시장으로 본다면 대우자동차 시절 이어져 온 중형 세단의 계보가 이제는 완전히 끊기게 됐어요.그만큼 자동차 시장의 환경이 많이 변화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죠.새롭게 나아가는 쉐보레가 말리부라는 이름을 SUV의 고급 트림명으로 다시 활용하게 될 날이 있을지 궁금해지네요!이미지 출처 : 쉐보레 미디어 홈페이지, Netcarshow 등Copyrights 첫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