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상식] 잃어버린 국산 쿠페를 찾아서

다시 한번 쿠페 붐이 올까요?‘스포츠카’하면 가장 먼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길가의 자동차는 모두 문이 네 개씩 달려 있던 반면, 영화나 게임 속 날렵한 스포츠카에는 문이 2개만 있던 모습이 생각나진 않으신가요?어릴 때는 문이 두 개 달린 자동차는 모두 스포츠카라는 이미지가 강렬했어요. 한때 현대 ‘스쿠프’, ‘티뷰론’, ‘투스카니’ 등이 스포츠카로 오해됐던 것처럼요.오늘 차차 완전정복에서는 오로지 차량의 형태로 구분되는, 문이 두 개 달린 자동차의 정의와 함께 한국에서 생산된 다양한 모델들을 탐구해봤어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쿠페 지식 쌓기자동차 시장에서는 일반 승용 세단과 같이 엔진 공간, 객실, 적재 공간 등 쓰리 박스 형태를 갖추면서도 사람이 타고 내릴 수 있는 문이 두 개인 차량을 ‘쿠페(Coupé)’라고 부르고 있어요.문이 두 개인 만큼 보통 차량의 지붕이 낮게 디자인돼 다양한 차량의 형태 중에서도 가장 세련되고 날렵한 형태를 보이죠.쿠페는 ‘잘라내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couper’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요. 마차가 운용되던 시절 기존 4인승 마차를 반으로 ‘잘라’낸 2인승 마차를 의미했다고 하는군요.이후 이동수단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옮겨가면서 쿠페라는 용어가 앞서 설명한 대로 문이 두 개인 자동차를 뜻하게 된 거죠.따라서 쿠페는 전장이 세단 대비 상대적으로 짧고, 또 지붕이 날렵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고속주행에 특화된 ‘스포츠카’, ‘슈퍼카’ 등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형태였어요.스포츠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탑승인원 수는 물론 적재 공간도 적기 때문에 실용적인 모델이기 보다는 스타일링이 중시되는 고가의 자동차에 주로 적용됐죠.그리고 보통 그런 자동차들은 다른 차종 대비 성능이 뛰어났고요. 어릴 적 ‘자동차 문이 두 개면 스포츠카다’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해요.그 때문에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취미과 취향의 영역에 보다 가깝게 구현한 형태가 쿠페라고 생각되기도 해요.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서 자동차 시장에서 쿠페라는 용어가 좀 더 확장되기 시작했어요. 문이 두 개가 달렸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반 차량 대비 천장 지붕이 낮게 디자인된 형태를 지칭하기 시작했어요.예를 들면 4도어 쿠페, 5도어 쿠페, 쿠페형 세단, 쿠페형 SUV 등이 바로 그것인데요.메르세데스-벤츠 CLA, CLS클래스라든지 작년에 출시된 제네시스 GV80 쿠페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네요.그만큼 최근에는 굳이 문이 두 개가 아니더라도 차량의 루프라인에 따라서 쿠페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GV80 쿠페 중고매물 알아보기 > 쿠페 1세대, 현대차의 전성 시대앞에서는 쿠페의 개념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봤는데요. 그럼 지금부터는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생산한 쿠페의 계보에 대해서 설명해 볼게요.국산차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1990년 현대자동차가 출시한 ‘스쿠프(Scoupe)’를 첫 번째 쿠페라고 알고 계실 거예요. 실제로도 그렇고요.그런데 양산 모델이 아닌 콘셉트 모델까지 생각해본다면 국산 쿠페의 계보는 무려 197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이때는 무려 국산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Pony)’가 양산되기 이전의 시기이기도 했는데요. 바로 그 주인공은 포니를 기반으로 한 ‘포니 쿠페 콘셉트’예요.포니 쿠페 콘셉트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어요. 포니는 물론 전세계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활약한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디자인한 콘셉트였죠.2인승 스포츠카로 제작된 포니 쿠페 콘셉트는 날렵한 루프 라인, 역동적인 비율의 측면과 독특한 B필러 디자인이 눈에 띄는 모델이었어요. 이 콘셉트는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는데요.1979년 발생한 석유 파동으로 인하여 프로젝트가 지연되었으며, 결국 1981년 양산 계획이 철회되기에 이르러요.이처럼 포니 쿠페는 결국 콘셉트로 끝났지만 당시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방향성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해요.그리고 포니 쿠페 콘셉트 데뷔시점으로부터 약 50년 뒤인 2023년, 이 콘셉트는 다시 부활의 불씨를 틔우게 됐죠. 이 이야기는 잠시 뒤 다뤄 볼게요.1981년 현대 쿠페 양산 프로젝트가 취소된 이후 1980년대 국산 쿠페는 만나볼 수 없었어요. 그리고 1990년 마침내 첫 번째 국산 양산형 쿠페가 등장했는데요. 바로 현대 스쿠프예요.스쿠프라는 이름은 스포츠(Sports)와 쿠페(Coupe)의 합성어로, 그 이름에서 바로 알아차릴 수 있듯이 스포츠 쿠페를 지향한 모델이었어요.전륜구동 소형 세단 ‘엑셀(Excel)’을 기반으로 제작된 2도어 쿠페로 최초 출시 당시에는 미쓰비시에서 제작한 1.5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했으며, 추후 현대차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알파엔진에 터보차저까지 탑재돼 당시 국산차 중 최고속도인 205km/h를 기록하는 등 한국시장 한정으로 강력한 성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죠.현대 스쿠프가 세상에 나온 이후에 국내 여러 완성차 업체에서는 2도어 스포츠카를 선보이기 시작했는데요.쌍용의 ‘칼리스타(Kalistar)’와 기아의 ‘엘란(Elan)’이 그 대표적인 예시죠. 그중 기아 엘란은 2도어 로드스터로, 쿠페의 오픈카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엘란은 영국의 스포츠카 업체 ‘로터스(Lotus)’에서 2세대 엘란을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사들여 국산화한 모델이에요. 하지만 출시 당시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판매량은 매우 적었다고 해요.첫 출시 직후 바로 IMF까지 겹쳐 1999년 단종되는 비운을 맞았죠. 한편 당시 엘란과 동시대에 활약했던 현대자동차의 쿠페는 스쿠프의 후속 모델로 볼 수 있는 ‘티뷰론(Tiburon)’이에요.티뷰론은 과거 ‘구아방’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 2세대 아반떼를 기반으로 제작된 2도어 쿠페예요.‘상어’라는 뜻을 의미하는 티뷰론은 당시 포르쉐와 공동으로 개발한 맥퍼슨 스트럿 방식의 서스펜션을 탑재하는 등 좀 더 본격적으로 스포츠성이 강조된 모델이라고 볼 수 있어요.한국시장 기준으로 1.8리터, 2.0리터 등 두 가지의 파워트레인으로 구성됐으며, 무려 WRC에도 참가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나름의 성과를 낸 차량이에요.당시 연예인들이 타는 차로도 많이 알려진 티뷰론은 시장에서도 많은 인기를 구가한 바 있어요.티뷰론 다음으로 출시된 후속 모델은 ‘투스카니(TUSCANI)’예요.스쿠프, 티뷰론과 동일하게 3세대 아반떼 XD를 기반으로 제작된 전륜구동 2도어 쿠페로 이 시절부터는 2.0리터를 넘어 무려 2.7리터 V6 가솔린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상위 모델 ‘엘리사(Elisa)’가 판매되기도 했어요.참고로 이 6단 수동변속기는 국내에서 최초로 탑재됐죠.개인적으로 스쿠프, 티뷰론과 비교할 때 투스카니는 더 많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그 이유는 지금까지도 유명한 레이싱 게임 프랜차이즈인 그란투리스모, 니드 포 스피드 등 여러 게임에서 운전할 수 있는 모델로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에요.한편 투스카니를 끝으로 현대자동차는 전륜구동 기반의 2도어 쿠페 생산을 끝마쳤는데요. 이와 동시에 제네시스 쿠페의 등장으로 국산 쿠페는 한 차원 더 진일보하기 시작하게 돼요.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은 2세대 국산 쿠페들현대자동차가 2008년 야심차게 선보인 후륜구동 럭셔리 준대형 세단, ‘제네시스(Genesis)’의 출시 후 몇 달 뒤 동명의 이름을 가진 후륜구동 기반의 2도어 쿠페가 탄생해요.그것이 바로 ‘제네시스 쿠페(Genesis Coupe)’로, 현대자동차가 최초로 내놓은 정통 후륜구동 쿠페죠.첫 출시 당시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이 탑재된 200터보 및 V6 3.8리터 자연흡기 엔진의 380GT 등 두 가지 파워트레인이 제공됐어요.그중 상위 모델인 380GT의 경우 최고출력 300ps, 최대토크 36.8kgf.m의 힘을 발휘했는데요. 여기에 시속 100km 도달속도 6.5초라는 강력한 성능을 보였어요.후기형 모델의 경우 성능이 더 강화돼 최고출력 350ps, 최대토크 40.8kgf.m로 단 5.9초에 100km/h를 주파하는 등 국산 대표 스포츠카라고 부르기에도 손색이 없었죠.현대차의 정통 쿠페, 제네시스 쿠페 보러가기 >제네시스 쿠페가 출시된 이후 제2의 국산 쿠페 전성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국산 쿠페 모델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는데요.‘포르테 쿱(Forte Koup)‘, K3 쿱(Koup)’ 그리고 ‘아반떼 쿠페’가 그에 해당돼요.그중 K3 쿱은 기아의 준중형 세단 K3를 기반으로 좀 라디에이터 그릴을 얇게 디자인하면서 전고는 낮추는 등 날렵한 모습으로 차별화됐는데요.여기에 파워트레인은 1.6리터 자연흡기와 터보 등 두 가지가 제공됐죠. K3 쿱과 비슷한 시기에 현대자동차는 아반떼 쿠페를 선보였어요.K3 쿱과 다르게 세단 모델 대비 디자인적 차이가 크지 않았고, 성능 또한 K3 쿱 혹은 벨로스터 터보 등에 밀려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지만요.포르테 쿱, K3 쿱, 아반떼 쿠페 보러가기 >하지만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산 쿠페는 그 자취를 감춰버렸어요. 그동안 세단 대비 SUV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로 원래도 소수의 마니아들이 찾던 쿠페의 인기 또한 급속도로 사라져버린 탓인데요.현 시점에는 GV80 쿠페와 같이 진정한 의미의 쿠페가 아닌, 쿠페와 같이 날렵한 루프라인을 차용한 쿠페형 모델들만 성행하고 있죠.그런데 작년에 현대자동차가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하고, 또 올해에는 이를 재해석한 고성능 쿠페 콘셉트 ‘N 비전 74’의 구체적인 양산 계획이 전해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어요.2022년 콘셉트로 공개된 N 비전 74는 수소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전기 스포츠카로 레트로 퓨처리스틱 디자인에 강력한 성능으로 주목받은 바 있어요.현대차는 이를 2026년 중 수백 대 한정으로 생산할 예정이며, 성능의 경우 800ps 수준의 출력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단 3초 내외로 도달하는 등 슈퍼카 수준의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예고돼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중이에요.지금까지 1974년 포니 쿠페 콘셉트를 시작으로 약 50년간의 국산 쿠페의 계보를 가볍게 살펴봤어요.쿠페는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모델은 아니지만 그 세련된 스타일링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한다고 생각되는데요.SUV 붐으로 인하여 쇠퇴기를 겪고 있는 쿠페 시장에서 앞으로 약 2년 뒤에 출시될 N 비전 74가 다시 한번 불을 지필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이미지 출처 : 페라리, 벤틀리, 벤츠, 로터스, 기아, 현대 홈페이지Copyrights 첫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